세입자가 건물주 동의 없이 상가 전체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줬다. 원래 임대차가 계속되는 동안 건물주가 약정 월세를 청구할 상대는 기존 세입자다. 계약이 적법하게 끝난 뒤에도 다른 사람이 권한 없이 영업을 계속했다면, 상가 소유자인 임대인은 그 사람에게 사용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은 건물 대신 공사 자재를 빌려준 사건이었다. 빌린 공사 자재를 임대인 동의 없이 다른 업체가 사용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래 임대차가 합의로 끝나기 전에는 그 업체에 직접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계약 종료 뒤에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재 소유자인 임대인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민법 제629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원칙적으로 동의 없는 전대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해지권이 생기지 않는다. 해지권이 있다면, 해지 의사가 기존 세입자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1조 제1항). 동의 없는 전대라도 원래 임대차가 적법하게 끝나기 전에는, 임대인이 실제 사용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월세 상당의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계약 종료 뒤에는 실제 사용자가 법적 근거 없이 이익을 얻었고 그 때문에 소유자에게 손해가 있었는지 따진다(민법 제741조).
해지 사유와 통지가 도착한 날을 따로 확인한다. 합의해지처럼 다른 사유로 끝났다면 합의서에서 종료일을 찾는다. 그날을 기준으로 미납 월세와 이후 실제 사용 기간을 구분하면 청구 상대를 가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