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권 없이 계약한 사람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까

상대방이 다른 사람의 대리인이라고 해서 계약했는데 나중에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본인에게만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35조 제1항은 대리인으로 계약한 사람이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본인의 추인도 받지 못한 경우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 이행이나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도록 한다. 대리인으로 계약한 사람 자신의 책임을 검토하는 규정이다.

가상의 사례로 소유자를 대신해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과 계약했지만 권한 자료가 나오지 않고 소유자도 계약을 추인하지 않았다고 하자. 우선 누가 누구의 대리인으로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 확인한다. 단순히 당사자들을 소개하거나 서류를 전달한 사람을 대리인으로 계약한 사람과 같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계약서의 당사자와 대리 표시, 거래 당시 설명과 서명 경위는 이 구분을 확인하는 자료다.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각각 확인해야 한다. 위임 자료와 본인의 회신은 두 요건에 관한 자료다. 제135조에 따른 청구를 검토한다면 계약 이행을 구할 것인지 손해배상을 구할 것인지도 상대방의 선택이라는 구조에 맞춰 정리한다. 무조건 두 가지를 모두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지 않는다.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와 그 자료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제2항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다. 계약 상대방이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 또는 대리인으로 계약한 사람이 제한능력자라면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리권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같은 책임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 권한을 확인한 경위와 상대방이 알고 있던 자료, 계약한 사람의 능력에 관한 사정을 함께 보아야 한다. 본인에 대한 계약 효력 문제와 무권대리인 자신의 책임을 나누고, 행위 주체와 대리권 · 추인, 예외 및 청구 내용을 맞추어야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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