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사례다. 토지를 매수하고 잔금을 준비하던 사람이 그 토지 일부에 관해 제삼자가 자기 권리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낸 사실을 알았다. 구매자는 분쟁이 생겼으니 잔금 전부를 주지 않겠다고 하고 판매자는 그대로 지급하라고 한다. 권리 주장이 있다는 사실과 매수한 권리를 잃을 위험의 범위를 나누어 살펴야 한다.
민법 제588조는 매매 목적물에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매수인이 산 권리 전부나 일부를 잃을 염려가 있을 때 그 위험 한도에서 대금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제삼자의 말 한마디로 대금 전액이 언제나 멈추는 구조는 아니다.
사례에서는 제삼자가 어떤 부분에 어떤 권리를 주장하는지, 그 주장으로 매수인이 취득할 권리를 잃을 염려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 위험은 일부인데 모든 대금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거나 소송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장의 근거를 보지 않는 것은 조문의 한도를 놓친다. 위험과 지급을 거절할 범위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같은 조 단서는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면 그렇지 않다고 정한다. 위험을 확인하는 일과 매도인이 어떤 담보를 제공했는지를 보는 일은 별개의 판단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상당한 담보는 다르다. 제공된 담보의 내용과 실제 확보 상태를 자료에 대조해야 한다.
제589조는 앞 조의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대금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대금이 묶인 상황을 지급 또는 무기한 보류로만 볼 수 없다. 다만 공탁 청구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삼자의 권리 분쟁이나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매계약과 잔금 내역은 지급할 대금을, 등기와 제삼자의 소장 · 권리 자료는 주장하는 권리와 대상 부분을 특정한다. 담보 약정 및 확보 자료는 단서의 적용을, 공탁 요구와 관련 기록은 대금을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확인하는 데 쓴다. 당사자는 권리 상실 위험, 거절 범위, 담보와 공탁을 나누어 지급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