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집을 유증받기로 한 사람이 오랫동안 받겠다는 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집을 포기했다고 처리해서는 안 된다. 유증의 수락을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침묵이 답답하겠지만, 침묵을 법률상 어떤 의미로 볼지는 정해진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는 재산 전부나 일정 비율을 주는 포괄유증과 구별해 특정 집을 주는 유증을 살핀다.
민법 제1074조 제1항은 유증받을 사람이 유언자 사망 후 언제든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답을 끝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제1077조 제1항은 유증의무자나 이해관계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안에 승인 또는 포기를 확답하라고 수증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최고할 수 있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최고 후의 침묵이 포기가 아니라 승인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르면 정해진 기간 안에 유증의무자에게 확답하지 않으면 유증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 연락이 없으니 받을 마음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른 상속인끼리 집을 나누면, 법이 정한 효과와 정반대의 전제에서 재산을 처리하게 된다.
최고를 준비할 때는 유언서에서 어떤 집을 누구에게 주는지 먼저 특정하고, 통지서에는 그 유증을 승인할지 포기할지 확답하라는 내용과 답할 기간을 분명히 적는다. 발송·도달을 확인할 자료와 받은 답변도 함께 남긴다. 가족 단체대화방에서 언제까지 연락해 달라고 말한 기록만으로 정식 최고와 같은 효과가 생겼다고 전제하지 말고, 대상과 요구 내용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읽어야 한다.
법은 상당한 기간이라고 정하므로 모든 경우에 통지 다음 날부터 같은 며칠만 주면 된다는 숫자는 없다. 상대가 유언 내용과 목적재산을 파악하고 승인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기간인지 살펴야 한다. 최고를 했다는 사실, 그 기간이 적절했는지, 확답이 누구에게 도달했는지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답이 없었다는 결과 하나만 남겨서는 승인 간주의 요건을 설명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