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성년 자녀가 같은 사고로 숨졌는데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면, 나이나 가족의 짐작으로 순서를 정해서는 안 된다. 민법 제30조는 두 명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먼저 태어난 부모가 먼저 숨졌을 것이라는 설명은 사망 순서를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다.
이 규정에서 함께 보아야 할 사실은 같은 위험으로 사망했는지와 실제 사망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지다. 같은 날 사망했다는 날짜만으로 동일한 위난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한 사고에 함께 있었어도 한 사람이 살아서 구조된 뒤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단지 사고가 같았다는 이유로 그 시간 차이를 지워서는 안 된다. 법은 확인되지 않은 순서를 추정으로 다룰 뿐, 밝혀진 사망 순서까지 바꾸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망진단서에 적힌 시각부터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그 시각이 무엇을 뜻하는지 읽어야 한다. 실제 사망 시각을 의학적으로 판단한 것인지, 발견되거나 사망을 확인한 시점을 적은 것인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기록의 생존 확인, 응급진료기록의 의식이나 호흡에 관한 기재처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망 뒤에도 생존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있는지 대조한다.
가족관계증명서에 두 사람의 사망일이 같다고 적혀 있다는 것만으로 분 단위 선후까지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사망 순서를 주장하는 가족은 어느 기록의 어떤 기재가 실제 생존을 증명하는지 연결해야 한다. 기록끼리 시각이 다르면 작성 목적과 확인 근거도 함께 살펴야 하며, 유산을 많이 받게 되는 쪽의 설명만으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사망 순서는 누가 누구의 상속인이었는지 판단하는 출발점이다. 먼저 의료 · 구조 기록으로 선후 확인 가능성을 검토한 뒤, 확인되지 않는 경우의 동시사망 추정과 가족관계에 따른 상속을 차례로 검토해야 한다. 같은 사고였다는 사실과 서로의 재산을 누가 받는다는 결론 사이에는 이 확인 단계가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