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벽에서 물이 새는 것을 알고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상품이 젖었다고 하자. 임대인이 누수를 몰랐다면, 제때 알려 고쳤을 때 막을 수 있었던 손해까지 배상받기는 어렵다. 발견 즉시 수리했어도 피할 수 없었던 피해가 있었는지가 따로 문제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6. 20. 선고 2014나13609 판결은 다가구주택에 살던 임차인이 집 안의 물방울과 곰팡이로 가구 등이 상했다며 배상을 구한 사건이다. 법원은 물방울이 누수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봤지만, 단열과 방습 성능이 부족해 심한 결로와 곰팡이가 생겼다고 인정했다. 하자는 고칠 수 있었지만, 임차인이 제때 알리지 않아 임대인은 수선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가구와 가방이 실제로 상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제때 통지해 수선했더라도 피할 수 없었던 손해라는 증거가 부족해 임차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빌려준 공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운다. 같은 법 제634조에 따라 임차인은 수선이 필요하면 지체 없이 알려야 하고, 임대인이 이미 알고 있다면 별도 통지는 필요 없다. 임대인이 하자를 몰랐고 통지를 받지 못해 수선하지 못했다면, 제때 수선했어도 막을 수 없었던 손해를 가려 배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피해를 확인한 날의 사진만으로는 손해가 언제 커졌는지 가리기 어렵다. 물이 새기 시작한 때, 임대인에게 연락한 날, 상품별로 젖은 때를 사진과 문자로 맞춰 볼 수 있다. 처음 물이 샐 때 바로 젖은 상품과 그 뒤에도 진열대에 두어 젖은 상품이 있다면, 손상 시점을 나눠 기록한다. 수리업체가 남긴 원인과 예상 수리 기간을 함께 보면, 어느 손해가 제때 알려도 피하기 어려웠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