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권자에게만 단순승인했다면 포기할 수 있을까

상속을 제한 없이 승인하겠다는 뜻을 고인의 채권자 한 명에게 전했다. 아직 고려기간이 남았으니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하면 선택을 바꿀 수 있을까. 기간이 남았는지와 이미 단순승인의 효력이 생겼는지는 나누어 보아야 한다.

민법 제1025조는 단순승인을 하면 제한 없이 고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24조 해설은 단순승인을 상대방 없는 의사표시로 설명하면서, 이해관계인에게 도달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본다. 한 명에게 도달하기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둔다.

따라서 실제 단순승인의 뜻을 한 채권자에게 전한 경우라면, 다른 채권자 모두에게 같은 뜻을 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아직 선택 전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해설은 특정 이해관계인에게 한 단순승인도 대세적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그 채권자에게 진 빚 하나만을 인정하거나 별도로 보증하는 문제와 구별된다.

민법 제1024조 제1항은 고려기간 안에도 승인이나 포기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위 해설은 여기서의 취소를 효력 발생 뒤의 철회라는 의미로 풀이한다. 이미 단순승인했다면 단순한 변심과 남아 있는 기간만으로 포기를 새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 포기 신고의 수리 전 취하와도 같은 절차가 아니다.

다만 문서에 빚이 있다는 말을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전제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어떤 범위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려 했는지, 실제 표현과 전달 상대방, 도달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나 메시지의 일부 문구만 떼지 말고 전체 내용과 앞뒤 연락을 함께 살피자. 이 해설이 개별 문장의 단순승인 해당 여부까지 정해 주지는 않는다.

착오나 사기 · 강박에 따른 총칙상 취소는 제1024조 제2항의 별도 문제다. 이 항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과 승인 또는 포기한 날부터 1년을 함께 정한다. 단순승인을 했는지, 효력이 생겼는지, 취소 사유와 기간이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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