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질권 담보로 맡기고 빌린 원금을 모두 갚았다면 바로 시계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민법 제334조는 질권이 원금 외에도 이자 등 정해진 채권을 담보한다고 하면서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르도록 한다. 제335조는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질권자가 질물을 유치할 수 있다고 정한다. 원금 지급만 확인하고 모든 담보관계가 끝났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상의 사례로 개인 대여금 원금은 모두 갚았지만 실제 약정에 따라 발생한 이자가 남아 있고 시계에 유효한 질권이 있다고 하자. 먼저 그 질권이 담보하는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별도 약정으로 담보범위를 다르게 정했는지, 주장하는 이자채권이 실제로 생겨 남아 있는지를 살핀다. 질권이 이자도 담보한다는 규정 자체가 약정이나 법률상 근거 없는 이자채권을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제334조가 정한 범위에는 원본 · 이자 · 위약금, 질권 실행 비용, 질물 보존 비용, 채무불이행이나 질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들어간다. 명칭만 붙여 청구한 모든 비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실제 발생 근거와 금액을 확인한다. 제335조 단서는 질권자가 자기보다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누구에게나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용증과 질권설정 약정은 담보채권과 범위를, 이자 약정 및 정산표는 이자 발생과 잔액을 보여 준다. 원금과 이자의 지급 내역은 어떤 채권이 이미 변제됐는지를, 비용 증빙은 실제 지출과 관련성을 확인하게 한다. 우선권을 주장하는 다른 채권자가 있다면 그 권리 자료도 따로 살핀다. 먼저 담보범위의 약정과 실제 남은 채권을 맞춘 뒤 제335조의 유치효력이 남는지 정리해야 한다. 반대로 질권자도 원금 외 무엇이 얼마 남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반환을 거절해서는 다툼을 풀기 어렵다.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지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