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약정에 서명했지만 속으로는 팔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 언제나 무효가 될까. 민법 제107조 제1항은 표시한 사람이 진의가 아님을 알면서 의사표시를 했더라도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다만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무효다. 자기 마음과 달랐다는 설명만으로 상대방에게 한 표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상의 사례로 시계 소유자가 매매 약정에 서명한 뒤 물건을 넘기라는 요구를 받자 진짜로 팔 뜻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매수인은 진의가 아님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소유자의 속마음만으로 제107조 제1항의 원칙에 따른 효력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먼저 실제로 제107조의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문제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 당시부터 진의가 아니었다는 주장과 계약 후 마음이 바뀌었다는 말은 구별한다. 서명했다는 사실만 볼 수도 없지만 나중의 해명만으로 당시 마음과 표시의 관계를 확정할 수도 없다.
그다음은 상대방의 사정이다. 상대방이 표시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는지 또는 알 수 있었는지를 당시 경위와 대조해야 한다. 표시자만 알고 있었는지와 상대방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는 다른 확인이다. 농담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같은 결론이 나거나, 정식 계약서라는 제목 때문에 예외를 살필 필요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내용을 어떤 상황에서 전달했고 상대방이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
계약서와 당시 메시지는 실제 표시의 내용을, 협의 과정과 교환한 설명은 상대방이 어떤 사정을 알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지급과 인도 준비 등 후속 경과도 당시 자료와 함께 살피되 나중 행동 하나만으로 모든 사실을 대신 판단하지 않는다.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무효를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무효 문제와 다른 권리자의 지위도 구별해야 한다. 누가 어떤 권리관계에서 등장하는지는 자료로 확인할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