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이 하자를 알아도 본인은 몰랐다고 할까

매수 대리인이 물건의 하자를 알고 계약했는데 본인은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이 달라질까. 민법 제116조 제1항은 의사표시 효력이 의사의 흠결이나 사기 · 강박, 어떤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으면 대리인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한다. 누구의 인식을 볼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상의 일반 매매로 정상 작동할 냉장고를 사도록 맡겼는데 대리인이 냉각 기능 고장 안내를 받고도 계약했다고 하자. 민법 제580조는 매수인이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면 그 하자담보책임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 경매가 아닌 이 사례에서는 본인이 고장을 몰랐다는 말만으로 끝내지 말고 대리인이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살펴야 한다. 고장이 계약상 어떤 하자에 해당하는지와 누가 그 사정을 알았는지는 각각 확인한다.

본인 쪽의 인식이 관계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제116조 제2항은 특정한 법률행위를 맡기고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따라 그 행위를 한 경우를 정한다. 이때 본인은 자신이 안 사정이나 과실로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해 대리인이 몰랐다고 주장하지 못한다. 본인은 점검 결과를 알고 구체적으로 거래를 지시했는데 대리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그 기준을 피할 수는 없다. 모든 대리에 같은 예외를 무조건 적용하지 말고 특정한 위임과 지시가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위임과 거래 지시 자료는 누구를 위해 어떤 행위를 맡겼는지를, 점검표와 고장 안내 · 수령 기록은 그 정보를 누가 언제 받았는지를 보여 준다. 계약서의 상태 설명과 협의 내용은 어떤 품질로 거래했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본인과 대리인의 자료를 한데 섞어 누군가는 알았다고 적기보다 각각의 인식 경과를 나누어야 한다. 제580조가 준용하는 제575조 제1항의 해제 · 손해배상 등 실제 권리 요건도 따로 검토할 내용이다. 먼저 적용할 거래와 인식 기준을 정하고 정보 전달 및 지시 경과를 대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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