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바꿔 승낙한다고 답하면 계약이 성립할까

물건을 사겠다는 제안을 받고 가격을 조금 낮추면 승낙하겠다고 답했다면, 승낙이라는 말을 썼으니 원래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을까. 민법 제534조는 청약에 조건을 붙이거나 내용을 바꾸어 승낙하면 원래 청약을 거절하면서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답변의 제목이나 표현 한 단어보다 실제로 제안한 조건을 읽어야 한다.

가상의 사례로 판매자가 가격과 인도 조건을 정해 매매를 제안했고, 상대방은 사겠지만 가격은 다른 금액으로 하자고 답했다고 하자. 이 답변이 원래 제안에 대한 그대로의 승낙인지, 변경을 가한 새 제안인지 구분한다. 제534조에 해당한다면 처음 청약한 사람이 새 조건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이 승낙한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가격과 바뀐 가격 중 원하는 쪽을 골라 계약 내용이라고 정할 수는 없다.

처음 제안과 답변은 일부 문장만 떼지 않고 함께 보아야 한다. 최초 제안서는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려 했는지, 답변 원문은 무엇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엇을 바꾸려 했는지 보여 준다. 뒤의 회신과 실제 이행 경과는 새 제안에 관해 어떤 의사가 오갔는지 확인하는 자료다. 단순한 질문인지 조건을 붙인 승낙인지도 실제 표현과 거래 경위를 대조해야 하므로, 금액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의를 새 청약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때에는 마지막으로 합의된 조건과 아직 의견이 다른 조건을 구분해 적어야 한다. 대금, 대상 물건, 인도 시점 중 무엇이 바뀌었는지 정리하지 않은 채 거래 준비부터 하면 서로 다른 계약을 상정하고 움직일 수 있다. 이 규정은 변경한 승낙의 법적 의미를 정하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새 조건을 반드시 받아들이게 하는 규정이 아니다. 먼저 처음 청약과 변경 답변을 나란히 놓고 바뀐 부분을 확인한 뒤 그에 대한 상대방의 수락 여부를 살펴야 한다. 대화에 승낙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성립과 내용을 한꺼번에 확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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