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뒤 공고를 빠뜨렸다고 곧바로 상속 빚 전부를 내 돈으로 갚아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고를 하지 않아도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공고 · 최고 위반으로 생기는 손해배상과,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아 책임 범위가 달라지는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38조 제1항 전단은 공고나 최고를 게을리했거나 변제 규정을 어겨 어느 채권자나 유증받은 사람에게 지급한 결과 다른 채권자나 유증받은 사람이 변제받지 못하게 된 때의 손해배상을 정한다. 공고를 놓쳤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고인의 채무 총액을 손해액으로 적는 규정은 아니다. 어떤 위반으로 누구에게 어떤 변제 부족이 생겼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받을 돈을 요구한다면, 그 사람이 원래 가진 상속채권을 청구하는지 청산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지부터 확인하자. 청구서의 이름보다 실제 주장과 계산을 읽어야 한다. 남아 있던 상속재산, 이미 한 지급, 빠뜨린 최고와 신고 내역을 대조해야 청구의 근거와 금액을 검토할 수 있다.
단순승인 문제는 민법 제1026조의 사유를 따로 확인한다. 그중 제3호는 한정승인이나 포기 후 상속재산을 은닉 ·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목록에 넣지 않은 경우를 규정한다. 단순히 공고일을 놓친 사실과 이러한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은 서로 다르다. 한 사건에서 함께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없다고 결론내리지 않는다.
공고 누락을 발견하면 한정승인 자료와 실제 공고 · 최고 자료, 재산목록, 지급 내역을 모아 현재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늦게 공고하면 과거의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없어지는지, 지금 추가 통지가 필요한지는 실제 진행 경위에 맞춰 살필 일이다. 손해배상 요건과 단순승인 사유를 구분해 검토해야 막연히 전액을 갚겠다고 약속하거나 청구를 전부 무시하는 대응을 피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