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전에 보험금과 고인의 빚을 상계했다면

보험회사가 고인에게 받을 돈과 상속인에게 줄 사망보험금이 함께 있다고 하자. 상속이 시작된 뒤 회사가 두 금액을 맞춰 없앴고, 그 뒤에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받았다면 이미 한 상계의 효력은 그대로 남을까.

대법원은 2022년 10월 27일 선고한 2022다254154 · 254161 판결에서 상계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유지했다. 회사가 보험자대위로 취득한 손해배상채권의 채무자는 고인이었고, 지급할 사망보험금은 상속인 자신의 고유재산이라는 전제가 확인된 사건이다.

한정승인을 해도 고인의 권리와 채무를 승계하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해 청산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민법 제1031조는 상속인과 고인 사이의 재산상 권리의무도 한정승인으로 소멸하지 않도록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취지에 따라 고인에게 받을 채권과 상속인에게 줄 돈의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정승인 전에는 두 채권이 같은 사람에게 모인 것처럼 보여 상계할 수 있는 상태가 생겼더라도, 이후 한정승인으로 상속개시 때부터 두 재산이 분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개시 후 한정승인 전에 한 상계도 소급해 효력을 잃고, 맞춰 없앴던 두 채권은 모두 되살아난다고 보았다. 보험금만 다시 받을 수 있고 고인의 빚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상속인의 고유채무를 상계한 경우까지 이 판결로 모두 해결할 수도 없다.

상계 통지서, 회사가 취득한 채권의 원인과 채무자, 보험계약의 수익자 및 한정승인 자료를 나란히 확인하자. 중요한 것은 돈을 주고받을 상대가 같다는 외형보다 각 채권이 누구의 재산에 속하는지다. 이미 공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산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계 시점과 뒤이은 한정승인 효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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