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을 막지 말라는 판결 뒤 울타리를 세웠다면, 제거 처분도 구할 수 있다

가상의 사례다.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판결이 확정됐지만 상대방이 다시 울타리를 세웠다. 채권자는 하지 말라는 판결만 받았으니 이미 세워진 울타리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위반을 멈추게 하는 일과 생긴 결과를 제거하는 일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민법 제389조 제3항은 하지 않을 의무를 어겼다면 채무자의 비용으로 위반한 것을 제거하고 장래에 대한 적당한 처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금지 의무의 위반이 있었다면 과거 행위만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 제거와 장래 처분을 구할 법정 수단이 있다는 뜻이다.

민사집행법 제260조 제1항은 이 경우에도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제1심 법원이 결정을 하도록 한다. 채권자가 판결을 근거로 직접 울타리를 부수어도 된다는 규정이 아니다. 어떤 위반 결과를 어떤 범위에서 제거할지 법원에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제2항에 따라 그 행위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지급하라고 명하는 결정도 신청할 수 있고, 나중의 초과비용 청구권은 유지된다. 다만 판결에 없는 범위까지 공사를 넓히거나 불필요한 작업비를 모두 확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또한 민법 제389조 제4항은 이런 강제이행 수단이 손해배상청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정한다. 위반 결과를 제거하는 절차와 실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문제는 구별된다. 제거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액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응을 준비한다면 기존 판결의 금지 범위와 새 울타리의 위치 · 형태, 위반 시점과 현재 사진을 맞춰 본다. 법원이 어떤 처분을 명해야 판결상 의무를 실현할 수 있는지도 설명한다. 이번 글은 확정된 부작위 의무를 전제로 한 집행수단의 안내이며, 가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누구나 임의로 시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은 아니다. 기존 판결과 실제 위반을 연결해 필요한 처분을 특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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