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예금을 은행이 전원 동의까지 보관해도 지연책임이 없을까

은행이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보통예금 지급을 거절하다가 원금 상당액을 공탁했다면, 늦게 지급한 책임까지 정리될까. 각 상속인의 지급청구권과 은행의 지체책임을 나누어 판단한 항소심 사례가 있다.

부모가 차례로 사망한 뒤 상속인 일부가 은행에 자기 법정상속분의 반환을 요구했다. 은행은 전원 동의나 분할협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했다. 소송 도중 다른 상속인들에게는 지급하고 원고 몫은 공탁했지만, 원고는 지연손해금이 빠졌다며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8년 10월 19일 선고한 2018나2021652 판결에서 은행의 항소를 기각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채권은 사망과 동시에 법정상속분대로 분할 귀속되므로, 상속인의 반환청구에 응하지 않으면 이행청구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은행은 특별수익이나 기여분 때문에 예금도 분할심판 대상이 될 가능성을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공동상속인 내부의 형평 문제와 은행의 채무 이행을 구별했다. 아직 분할협의나 심판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가능성만으로 협의가 끝날 때까지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원금 상당액을 공탁했다고 이미 생긴 지연손해금까지 없어지지도 않았다. 법원은 해당 공탁을 일부공탁으로 보고, 원고가 유보하여 받은 돈을 일부변제에 충당한 뒤 남은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인정했다. 원고가 공탁금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추가 청구까지 포기했다고 보지 않았다.

이 사례를 모든 금융상품의 전원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말로 넓히면 안 된다. 실제 분할협의나 유언, 상품의 해지요건, 은행이 상속인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따로 봐야 한다. 상품내역과 반환청구 도달 자료, 은행의 거절 사유, 공탁서와 수령 때 유보한 내용을 확인하자. 원금 지급과 지연책임 정산은 다른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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