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낸 보험료와 사망 뒤 받은 보험금이 비슷하다고 곧바로 고인의 예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즉시연금보험도 계약의 지급 구조와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권리의 성질을 판단해야 한다.
고인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일시에 냈다. 살아 있을 때에는 자신이 매달 연금을 받고, 만기에는 납입 보험료와 같은 금액을 받되 그 전에 사망하면 적립금에 일정액을 더한 사망보험금을 상속인이 받는 계약이었다. 자녀들은 사망 뒤 보험금을 받은 후 한정승인을 했다.
채권자가 고인의 빚을 청구하자 원심은 보험금이 사실상 납입원금과 같아 상속재산이라고 봤다. 자녀들이 이를 받아 쓴 것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단순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3년 6월 29일 선고한 2019다300934 판결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사람의 생존과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이라는 성질이,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사망보험금이 그 금액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바뀌지는 않았다. 보험회사는 생존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금을 운용하고, 사망 때에는 일정액을 더해 지급했다.
또한 계약은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고인에게 있던 권리를 상속한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 따라 자기 권리로 사망보험금청구권을 취득했다. 따라서 그 보험금을 받은 행위를 상속재산의 처분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판결은 모든 연금보험의 지급금을 고유재산으로 정하거나 한정승인의 나머지 요건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보험증권과 약관에서 생존연금 · 만기보험금 · 사망보험금을 나눠 보고, 각각의 수익자와 지급 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상품 이름이나 받은 금액만으로 재산목록 기재 여부를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