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뒤 장례비를 정산했는데 부의금이 남았다. 채권자가 그 돈을 재산목록에 쓰지 않았으니 고의 누락이라며 제한 없이 빚을 갚으라고 한다. 유족이 받은 돈이라는 사정과 고인의 상속재산이라는 판단을 구별해야 한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22년 1월 26일 선고한 2021가단203592 판결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상속인들은 한정승인 뒤 고인의 예금 약 1,210만원을 인출했다. 채권자는 그 돈을 은닉 · 부정소비했고, 부의금을 장례비에 반영하지 않은 것도 고의적인 목록 누락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먼저 장례비로 약 1,604만원을 지출했고 그 금액이 합리적인 범위의 상속비용이라고 인정했다. 인출한 예금은 여기에 충당됐다고 보아 은닉이나 부정소비 주장을 배척했다. 남은 부의금이 목록에 적을 재산인지는 따로 살폈다.
법원은 부의금을 유족의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 부담을 덜며 생활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증여로 설명했다. 장례에 쓰고 남은 부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동상속인들이 각 상속분에 따라 권리를 취득한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남은 부의금이 있더라도 유족의 소유여서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를 재산목록에 적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1026조 제3호는 한정승인 뒤 상속재산을 고의로 목록에 넣지 않은 경우를 정한다. 이 사건은 상속재산 자체를 숨겨도 된다는 판단이 아니다. 목록에 빠졌다는 주장에 앞서 그 돈이 누구의 재산인지가 문제였다. 법원은 채권자를 해칠 뜻으로 상속재산을 누락했다고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보았다.
장례비 영수증과 예금 인출 내역, 부의금 수령 · 정산 자료를 나누어 보관하자. 부의금을 한 사람이 받았다고 언제나 그 사람의 단독 소유가 된다는 뜻도 아니다. 이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단순승인 여부를 판단한 사례이며, 상속재산파산의 장례비 인정액이나 관재인에게 설명할 자료의 범위까지 정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에서 채무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