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사례다. 갑의 땅에 은행 근저당권과 거래처의 가압류가 등기돼 있다. 이 땅이 도로 사업 부지에 들어갔고, 보상 협의가 맞지 않아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로 수용됐다. 갑은 보상금을 받은 뒤 근저당과 가압류를 직접 말소해야 하는지 묻는다.
재결로 수용됐다면 갑이 말소를 따로 신청할 일은 아니다. 토지보상법 제45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가 수용의 개시일에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토지에 관한 다른 권리는 이와 동시에 소멸한다고 정한다. 수용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등기법 제99조 제1항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단독으로 신청하고,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촉탁한다(같은 조 제3항). 이 등기를 하면서 등기관은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소유권 외의 권리와 처분제한 등기를 직권으로 말소하므로, 근저당권과 가압류도 여기서 정리된다.
빠지는 등기도 있다. 그 토지를 위하여 존재하는 지역권, 재결로 존속이 인정된 권리의 등기는 남는다(같은 항 단서). 토지보상법에 의한 등기사무처리지침(등기예규 제1782호)은 수용 개시일 이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되, 개시일 이전의 상속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는 제외한다. 등기원인은 「수용」, 원인일자는 수용의 개시일이다.
갈림길은 합의의 형태다. 토지보상법 제29조 제4항은 토지수용위원회의 협의 성립 확인을 재결로 본다. 이 확인 없이 공공용지의 취득협의서로 넘기는 협의취득은 일반 소유권이전등기로 처리되고, 직권말소는 수용으로 인한 이전등기에만 붙는다. 협의취득이라면 남은 근저당과 가압류는 별도로 말소해야 한다. 같은 예규도 협의서만 붙인 수용 등기 신청은 협의성립확인서를 보정하지 않으면 수리하지 않는다.
갑은 받은 서류가 재결서 등본인지, 협의성립확인서인지, 취득협의서인지부터 가린다. 재결서라면 존속을 인정한 권리가 적혀 있는지와 수용 개시일을 본다. 이전등기 뒤에는 등기사항증명서에서 근저당과 가압류가 말소됐는지 대조하고, 협의취득이라면 기존 등기의 말소를 누가 맡을지 계약 단계에서 정해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