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집행자가 맡아 둔 돈을 생활비로 썼다가 나중에 원금만 채워 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 제1103조 제2항은 지정 · 선임된 집행자에게 민법 제685조를 준용한다. 제685조는 인도할 금전이나 위임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금전을 자기를 위해 소비하면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를 지급하고, 그 밖의 손해가 있으면 배상하도록 정한다.
핵심은 집행자에게 들어온 돈이라는 사실보다 그 돈을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사용해야 했는지다. 집행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돈과 집행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인도해야 할 돈을 구별해야 한다. 유언의 집행을 위해 보관하는 돈을 잠시 빌려 쓴다는 이름으로 자기 생활비에 쓰더라도 실제 용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령 집행자가 받아 둔 금전을 개인 카드대금에 사용하고 뒤에 다시 채워 넣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는 금전의 수령 원인, 개인 용도로 사용한 날짜와 금액, 다시 지급한 날짜를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 현재 잔액이 원래대로라는 사정만으로 중간의 개인 소비까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조문은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와 그 밖의 손해를 구별한다.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 추가 손해가 언제나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추가 손해가 있다면 그 내용과 인과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다른 손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조문에 정한 이자 문제까지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 글은 집행자에게 준용되는 민사상 금전소비 책임에 관한 설명이다. 구체적인 이율이나 형사책임까지 이 조문 하나로 결정하지 않는다. 통장 내역과 정산표, 집행자의 설명을 대조해 집행을 위한 지출과 개인 지출을 나누고, 사용일과 반환일을 확인해야 한다. 돈을 받은 경위와 사용 흐름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개인 계좌에서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출을 같은 책임으로 묶는 것도 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