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에는 집행자 이름만 있고 보수 이야기가 없는데, 집행자가 재산 정리를 마친 뒤 보수를 달라고 한다고 가정하자. 약정이 없으니 무조건 무료라고 할 수도 없고, 집행자가 정한 금액을 상속재산에서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먼저 유언에 정한 내용과 법원이 보수를 정할 수 있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민법 제1104조 제1항은 유언자가 유언으로 집행자 보수를 정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상속재산의 상황과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지정 또는 선임된 집행자의 보수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문은 보수에 관한 침묵을 일률적인 무보수 약속으로 보지 않는다. 동시에 상속재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비율의 보수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정하지도 않는다.
이때 재산 총액만 적은 계산서로는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 유언서에서 집행할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실제로 어떤 재산을 관리하거나 이전했는지, 업무가 어느 범위까지 진행됐는지와 지출 자료를 함께 정리해야 보수 판단의 사정을 설명할 수 있다. 유언 집행에 지출한 비용과 일의 대가인 보수를 같은 항목으로 묶으면 어느 부분을 다투는지도 불분명해진다.
민법 제1104조 제2항은 제686조 제2항·제3항을 준용한다. 보수는 사무를 마친 뒤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간으로 정했다면 그 기간이 지난 뒤 청구할 수 있고 집행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중도에 끝났다면 처리한 사무 비율의 보수를 구할 수 있다. 유언 원문과 집행자 지정·선임 자료, 업무 완료일과 중도 종료 경위, 보수 산정 자료를 맞춰 보면 금액의 근거와 지급 시기를 함께 가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