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다고 하여, 재산분리명령이 있는 경우까지 그 채권을 없어진 것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민법 제1050조는 재산분리명령이 있으면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인의 재산상 권리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다른 채권자의 돈만 정리하고 상속인 자신의 채권을 목록에서 지워 버리면 이 규정을 놓칠 수 있다.
설명을 위해 자녀가 부모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부모 사망 뒤 상속재산과 자녀의 고유재산을 분리하는 명령이 내려진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때 자녀의 대여금 채권은 자신이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차용 관계와 변제 내역 등으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반대 방향의 의무도 함께 살펴야 한다. 조문은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속인이 고인에게 빌린 돈이 남았다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재산분리 아래 그 채무를 없는 것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받을 돈만 남는다는 설명이나 갚을 돈만 없어지는 설명은 조문과 맞지 않는다.
다만 재산상 권리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과 상속인이 자기 채권을 언제나 먼저 변제받는다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이 조문은 변제순위를 일괄 정한 규정이 아니다. 담보 유무와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변제 절차는 더 검토해야 한다. 명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툼 중인 채권의 존재나 금액까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정리할 자료는 재산분리명령, 고인과 상속인 사이의 계약이나 거래 내역, 실제 변제 자료, 남은 원금과 부수 채권의 내역이다.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과 원래부터 상속인이 가진 채권 · 채무를 서로 다른 항목으로 적는 편이 좋다. 가족 사이 거래여서 서류가 부족하다면 그 부족도 드러내 두어야 한다. 재산을 분리해 계산하려면 기존 관계를 없애지 않고 근거와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