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재산목록에 고인의 빚을 적으면 소멸시효가 당연히 중단될까. 민법 제168조 제3호는 승인을 시효중단 사유로 정하지만, 목록 기재를 그 승인으로 볼 것인지는 하급심 판단이 갈린다. 채무를 빠뜨리지 않고 신고하는 일과 시효의 법적 효과를 한 문장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광주지방법원은 2022년 9월 30일 선고한 2021나65377 판결에서 시효중단을 인정했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신고하며 특정 채권자의 채무를 소극재산 목록에 적은 사실과, 그 피담보채무 외에 같은 채권자에 대한 다른 채무가 없다는 사정 등을 종합했다. 목록 한 줄만 떼어 일반화한 판단은 아니었다.
반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9년 4월 24일 선고한 2018가단234954 판결에서 목록 기재와 수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정승인을 채무승인과 같이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효 완성 뒤 이익을 포기했다는 주장도 당시 시효완성 인식과 채권자에 대한 표시 등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울산지방법원도 2016년 4월 20일 선고한 2015가합21390 판결에서 목록 기재만으로 승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권리를 잃게 될 사람에게 권리 존재를 인식한다는 뜻을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증채무에 관한 승인과 주채무의 시효 문제 역시 구별했다.
광주 사건도 채권자가 결국 그대로 배당을 지킨 것은 아니다. 뒤의 시효이익 포기가 사해행위로 취소돼 배당표가 바뀌었다. 시효 완성 전 승인과 완성 뒤 포기, 채권자취소는 각각 다른 판단이다. 여기 소개한 판결들은 하급심이며 목록 기재의 효과에 관한 하나의 통일된 결론으로 제시할 수 없다.
재산목록과 제출일만 보지 말고 채권의 원인과 만기, 시효 경과, 채권자에게 보낸 별도 문서 및 화해 내용을 함께 확인하자. 어느 채무를 어떤 상대방에게 인정했는지가 중요하다. 목록에 적으면 반드시 중단된다거나 절대 중단되지 않는다는 말에 기대어 시효 대응을 생략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