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송에서 상속재산 범위 안에서만 갚으라는 판결이 확정됐는데, 채권자가 다시 소송을 내 개인재산으로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한정승인의 책임 제한을 앞선 판결이 실제로 판단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채권양수인은 고인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양수금을 달라고 청구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상속인들에게 단순승인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같은 채권에 대해 책임 제한 없는 지급판결을 다시 구했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9일 선고한 2012다3197 판결에서 채권자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선 소송에서 한정승인이 인정돼 판결 주문에 책임 범위가 적혀 있다면, 한정승인의 존재와 효력도 채권의 존재에 준해 심리 · 판단된 것으로 보았다. 그 판단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앞선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미 있었던 법정단순승인 등 양립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같은 채권의 책임 제한을 없애는 새 판결을 구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처음부터 스스로 상속재산 한도 지급을 청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대법원이 원심의 설명 전부를 옳다고 한 것은 아니다. 원심이 채권 일부 청구 여부를 근거로 삼은 법리는 잘못됐지만, 새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결론만 보고 이유까지 그대로 옮기면 안 되는 사례다.
이 법리는 과거에 존재했던 사유를 다시 꺼낸 경우에 관한 것이다. 앞선 변론종결 뒤 새로 생긴 사유나 다른 채권의 문제까지 모두 차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소 판결의 주문, 청구한 채권의 내역, 변론종결일과 새 주장의 발생일을 나란히 놓아야 한다. 단순히 한정승인 심판문만 받았던 경우와, 민사판결에서 책임 제한까지 확정된 경우도 구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