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기 쉬운 공탁물은 팔아 돈으로 맡길까

가상 사례다. 납품업체가 인도하려던 과일을 거래처가 받지 않아 변제공탁을 검토하고 있다. 냉장 보관을 계속하면 비용이 늘고 며칠 뒤에는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업체는 다른 거래처에 싸게 넘긴 뒤 받은 돈만 맡기면 되는지 궁금하다. 물건을 돈으로 바꿔 공탁하는 데에도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가 있다.

민법 제490조는 변제 목적물이 공탁에 적당하지 않거나, 멸실 또는 훼손될 염려가 있거나, 공탁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를 정한다. 이때 채무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물건을 경매하거나 시가로 방매해 대금을 공탁할 수 있다. 사유와 법원 허가, 처분 방식, 대금 공탁이 연결된 규정이다.

과일이라는 이름만으로 요건을 갖추지는 않는다. 실제 보관 가능 기간과 온도, 부패가 진행되는 상태, 필요한 보관비를 살펴야 한다. 단순히 현금이 더 편하다거나 급히 팔 기회가 생겼다는 이유가 법정 사유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사례에서는 부패 위험과 보관비 부담을 구체적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처분 단계에서도 자기 판단으로 먼저 팔아 버리는 것과 제490조의 환가공탁은 다르다. 조문은 법원 허가를 요구하고 경매 또는 시가방매를 규정한다. 원하는 사람에게 임의의 헐값으로 넘기고 나중에 허가를 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처분대금을 보관만 하는 것으로도 공탁까지 마친 것은 아니다.

납품업체는 계약서와 인도 관련 회신으로 변제 목적물과 수령 상황을 특정해야 한다. 입고일 · 유통기한 · 보관상태 사진은 멸실이나 훼손 우려를, 냉장창고 견적과 보관료 내역은 과다비용 여부를 뒷받침한다. 시세 자료는 시가방매를 검토할 때 가격의 근거가 되고, 허가결정과 매각 · 대금 자료는 허가에 따른 처리와 공탁금액의 연결을 보여 준다.

이 선택은 원래 변제공탁을 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는 전제에서 검토한다. 거래처가 받지 않은 경위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급한 처분일수록 위험 자료를 갖춰 허가와 공탁의 순서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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