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생전에 받은 보험금이 자녀들에게 나뉘어 보관돼 있다가 사망 뒤 배우자 계좌로 모였다면, 그 입금만으로 한정승인에 앞선 처분행위가 될까. 돈의 원래 귀속과 모은 목적, 실제 사용을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
고인은 입원 중 받은 암진단금 일부를 자녀들에게 보냈다. 사망 뒤 자녀들은 보관하던 돈을 아버지에게 송금했고, 아버지는 한정승인을 했다. 채권자는 그 돈을 받아 사용한 행위가 처분이나 부정소비이므로 책임 제한 없이 차용금을 갚으라고 주장했다.
청주지방법원은 2022년 2월 9일 선고한 2020가단38150 판결에서 한정승인의 책임 제한을 인정했다. 판결은 해당 보험금을 고인의 상속재산으로 보았다. 자녀들이 보관하던 돈을 배우자가 병원비와 장례비에 충당하려고 모아 받은 행위는 보존 · 관리행위일 뿐 처분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입금 뒤의 소비에 대해서도 따로 살폈다. 장례비는 합리적인 금액 범위에서 상속비용이 될 수 있고, 채권자가 낸 증거만으로 병원비와 장례비 등에 대한 사용이 현저히 불합리한 부정소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특정 채권자에게 지급했다는 돈의 출처가 상속재산이라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대여금 자체를 없애 주지 않았다. 고인의 차용금 전액에 대해 상속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한정승인은 채무 금액의 소멸과 다르다는 점이 주문에 드러난다.
이 사례를 유족이 직접 취득한 사망보험금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고인이 생전에 수령한 진단금의 흐름을 판단한 사건이며, 모든 가족 간 송금이나 병원비 우선 지급이 허용된다는 일반 기준도 아니다. 보험금 지급일, 고인과 자녀들 사이 이체자료, 보관 경위, 실제 의료비와 장례비 증빙을 함께 모아야 한다. 사용 명목만 붙이는 것보다 자금의 출처와 이동을 설명하는 자료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