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은 이사하면서 임대인 측에 방을 뺐다는 문자를 보내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 줬다. 침대는 집 안에 남겼고 지인도 가끔 들렀다. 이후 임차권등기를 마쳤지만 경매 배당에서 종전 소액임차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다퉈졌다.
부산지방법원 2021. 10. 13. 선고 2021나43019 판결은 점유가 이어졌다고 보지 않았다. 임대인 측은 도배를 하고 비밀번호를 바꿨으며, 임차인은 더 이상 출입하지 못했다. 남긴 침대는 기증하려던 것이었고 지인의 점검도 임차인의 사실상 지배를 보여 주기에 부족했다. 이 판결은 상고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돼 확정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은 임차권등기를 마쳤을 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하고, 이미 취득한 권리를 등기 뒤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권리를 잃은 뒤의 등기가 처음 순위를 되살려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경매개시결정 뒤 등기까지 마쳐 종전 최우선변제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다른 집으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건의 답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춘천지방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3673 판결은 열쇠를 계속 보관하고 물건을 남긴 채 종종 방문한 사안에서 점유 유지를 인정했다. 임대인 측도 임차인이 반환을 거부하며 점유 중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고, 그 점유를 배제한 자료가 없었다.
이 하급심 사례를 근거로 열쇠나 물건 하나만 남기면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두 사건은 출입 가능성, 열쇠와 비밀번호의 인도, 남긴 물건의 의미, 임대인 측의 지배 상태가 달랐다.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마쳐졌는지 먼저 확인한다. 이미 이사했다면 신청 가능 여부와 별개로 언제 어떤 권리를 잃었는지부터 전입 내역과 등기부, 열쇠 인도 자료를 맞춰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