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은 임차권등기를 한 뒤 집을 비웠다.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고 등기를 말소했다가 다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임대인에게 직접 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보증기관이 지급했다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문제 됐다.
대법원 2025. 4. 15. 자 2024마8598 결정은 보증기관의 지급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과 같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돈을 지급했어도 여전히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은 임대차가 끝난 뒤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이미 집에 대한 점유를 잃었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이상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거 사실만으로 신청의 문이 닫히는 것은 아니다.
이 결정이 답한 범위는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다. 등기를 말소했다가 다시 했을 때 처음의 순위가 복구된다는 결론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 같은 조 제5항은 등기를 마침으로써 권리를 취득하고 기존 권리를 유지하는 효과를 정하므로, 신청 요건과 실제 순위는 따로 살펴야 한다.
또한 보증기관이 지급했다는 사정과 임대인이 반환했다는 사정을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보증계약에 따른 지급인지, 실제 지급 주체와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결정은 파기환송 결정이며 환송 뒤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보증기관에서 돈을 받았다면 지급 안내서와 보증약정, 기존 임차권등기의 등기 · 말소 내역을 함께 확인한다. 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만 듣고 기존 등기를 먼저 없애거나, 재신청하면 종전 권리가 모두 되살아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등기를 왜 말소했는지와 그 사이 권리변동을 확인해야 이번 결정의 적용 범위도 가려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