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를 한 가족이 자동차보험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두고 채권자가 다툰다. 사망보험금과 차량수리비 성격의 보험금은 귀속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상고심에서 처음 자기차량손해보험금 수령을 지적해도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2004년 7월 9일 선고한 2003다29463 판결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자동차상해 사망보험금을 받은 뒤 상속포기를 신고했다. 채권자는 그 돈이 상속재산이라며 처분행위에 따른 단순승인을 주장했지만, 사망보험금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는 판단이 유지됐다.
그런데 채권자는 상고심에서 가족들이 사망보험금 외에 자기차량손해보험금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도 자기차량손해보험금은 상속재산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같은 보험계약에서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두 돈을 똑같이 취급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재판 단계에 있었다. 자기차량손해보험금까지 받아 처분했다는 사실은 원심에서 주장하지 않고 상고심에서 비로소 내놓은 새로운 사실이었다. 법원은 이를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자차보험금은 받아도 상속포기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사례로 읽으면 틀린다. 귀속 판단과 상고심에서 다룰 수 있는 주장의 범위는 별개다. 상고가 기각됐다는 주문만 보고 모든 종류의 보험금 수령이 적법하다고 넓혀서는 안 된다.
보험사 지급명세에서 담보별 금액과 수익자를 구별하고, 원심의 준비서면에 어떤 수령 사실을 주장했는지 확인하자. 새 자료가 생겼다는 이유로 사실심과 상고심의 차이를 건너뛸 수는 없다. 이 글은 새 증거의 모든 제출 가능성을 정하는 안내가 아니라, 이 사건에서 상고이유가 배척된 범위를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