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비운 뒤 임대인에게 철거 견적서를 받았다. 그런데 새 임차인은 종전 시설을 그대로 쓰고, 임대인도 이를 철거해 돌려놓을 생각이 없다. 이런 경우라면 임대인은 그 시설의 철거비를 보증금에서 뺄 수 없다.
기존 시설을 그대로 재임대한 판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한 임차인은 콘크리트 계단을 철거한 뒤 매장 안에 나선형 목재 계단을 설치했다. 임대차가 끝나자 임대인은 넘겨받은 상태 그대로 제3자에게 다시 빌려줬다. 대법원은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재임대한 사정을 들어 실제로 들 수 있는 복구비도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는 보증금 반환채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뒤, 임대인이 별도로 약정한 복구비용의 보증금까지 공제할 수 있는지도 다퉜다. 법원은 그 약정금에 관한 판단과 시설을 그대로 이용한 경우의 복구비 판단을 구분했다.
복구 의사와 비용 공제 조건
민법 제654조가 준용하는 민법 제615조는 임차물이 반환될 때 원상회복을 하도록 한다. 임대인이 복구할 의사 없이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다시 임대한다면, 계약서에 원상복구비 공제 조항이 있어도 그 비용을 보증금에서 뺄 수 없다. 공사 날짜가 아직 잡히지 않았어도 복구가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먼저 임차인이 되돌려야 할 범위와 그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확인할 일이다.
시설별 견적과 실제 사용 상태 대조
견적서를 받으면 합계부터 보기보다 어떤 시설을 철거한다는 것인지 항목을 나눠 본다. 예를 들어 새 임차인이 기존 바닥을 쓰면서 칸막이만 철거한다면, 두 항목을 같은 비용으로 묶어 판단할 수 없다. 계약서에 적힌 반환 상태와 퇴거 당시 사진, 새 임차인이 실제 쓰는 시설을 맞춰 보면 어디까지 복구할 예정인지 드러난다. 공사를 이미 마쳤다면 시공 내역과 지급 자료로 그 공사가 기존 상태를 되돌리는 데 쓰였는지도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