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사례다. 아버지가 장남을 수탁자로 정해 토지를 신탁하고 신탁등기를 마쳤다. 몇 해 뒤 장남이 수탁자 자리에서 사임하고 차남이 새 수탁자로 선임됐다. 등기 명의를 차남에게 옮겨야 하는데, 장남이 차남에게 판 것처럼 매매로 이전하면 될까.
수탁자가 바뀌어도 신탁재산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신탁등기 예규(등기예규 제1799호) 3.가.(2)는 이 권리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을 「수탁자 경질」로, 원인일자를 새 수탁자가 취임 또는 선임된 날로 적게 한다. 신탁원부의 수탁자 기록은 이 이전등기를 하면 등기관이 직권으로 고친다(같은 예규 4.다).
신청인은 종전 수탁자가 왜 물러났는지로 갈린다. 사례처럼 사임했거나 자격상실, 신탁행위로 정한 사유로 임무가 끝났다면 새 수탁자와 종전 수탁자가 공동으로 신청하고, 종전 수탁자의 인감증명도 낸다. 장남이 사망했거나 금치산·한정치산선고 또는 파산선고를 받아 신탁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임무가 끝났다면, 부동산등기법 제83조 제1호에 따라 새 수탁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 위탁자와 수익자가 합의해 해임한 경우도 부동산등기법 제83조 제2호의 단독신청 대상이다. 법원이 해임했다면 법원 촉탁으로 신탁원부가 바뀌고 등기기록에 해임의 뜻이 먼저 기록되며, 이전등기는 새 수탁자가 선임된 뒤 그가 단독으로 신청한다.
수탁자가 여러 명이고 그중 한 명만 물러나면 경로가 또 다르다. 이때는 이전등기가 아니라 남은 수탁자만 남기는 합유명의인 변경등기를 하며, 원인도 「수탁자 ○○○ 사망」처럼 임무종료 원인으로 적는다(같은 예규 3.나).
그래서 서류보다 먼저 임무종료 사유를 확정한다. 사임서인지 사망 사실인지, 해임 합의인지 법원 결정인지에 따라 신청인과 종전 수탁자 인감증명 필요 여부가 달라지고, 어느 경우든 종전 수탁자의 임무종료와 새 수탁자 선임을 증명하는 정보를 함께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