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사례다. 이사를 하면서 지인 창고에 가구를 맡긴 사람이 반환을 요구했다. 보관자는 창고에서 가져가라고 하고, 맡긴 사람은 새집까지 배달해 주어야 반환이 끝난다고 주장한다. 반환시기에는 다툼이 없다. 여기서는 별도의 배달 약정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반환장소를 살펴본다.
민법 제700조는 임치물을 그 보관한 장소에서 반환해야 한다고 정한다. 물건을 보관하기로 한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보관자가 맡긴 사람의 현재 주소까지 운송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례에서는 보관장소를 기준으로 인수할 장소를 먼저 정하게 된다.
다만 물건이 원래 창고에 그대로 있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서는 수치인이 정당한 사유로 물건을 옮겼다면 현존하는 장소에서 반환할 수 있다고 정한다. 현재 어디에 있다는 사실에 더해, 보관자가 어떤 사유로 옮겼는지가 법률상 분기점이다.
예를 들어 원래 창고의 누수 때문에 물건을 옮겼다고 설명한다면 실제 누수와 이전 경위를 자료에 대조해야 한다. 누수라는 말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확정하거나, 이전 사실 자체만으로 새 장소가 반환장소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가구를 옮긴 주체와 시점, 보관 상태도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보관 약정과 최초 인수증은 맡긴 물건과 장소를 특정한다. 반환 요청과 회신은 반환시기에는 동의하면서 장소만 다투는지 밝힌다. 이전 통지 · 운송장 · 새 창고 인수증은 물건이 어디로 옮겨졌는지 연결하고, 누수 사진과 수리 기록은 이전 사유를 설명한다. 이런 자료가 있어야 최초 보관장소와 현재 장소 중 무엇을 기준으로 인수할지 판단할 수 있다.
배달을 별도로 약속했다면 그 약정의 내용을 먼저 살펴야 한다. 또 반환장소를 정하는 문제와 운송비 부담, 물건의 손상에 대한 책임은 같은 결론으로 묶을 수 없다. 당사자는 인수할 장소와 날짜, 가구 목록을 구체적으로 맞추고 실제 인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받기를 바란다는 이유만으로 반환장소가 바뀌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