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피하다 남의 물건을 망가뜨렸다면

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의 폭행을 피하는 과정에서 병이 세워 둔 자전거를 넘어뜨려 파손했다. 병은 갑이 망가뜨렸으니 수리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물건을 손상한 행위만이 아니라 당시 어떤 위험을 피하려 했고 그 손해가 부득이하게 발생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민법 제761조 제1항 본문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자기나 제삼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정한다. 위 사례에서는 을의 행위가 무엇이었는지, 갑의 대응이 어떤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었는지, 병의 자전거에 손해를 가한 경위가 부득이했는지가 검토 대상이다.

위험이 발생한 시점과 행위 사이의 관계, 현장 구조와 실제 움직임이 드러나야 한다. 위험을 피한 뒤 별도로 물건을 파손한 행동까지 방위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설명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도 제1항을 준용한다. 앞 항의 타인 불법행위에 대한 방위와 급박한 위난을 피하는 경우는 발생 원인을 구별하여 살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조문이 요구하는 부득이한 가해라는 조건을 빼고 면책을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제1항 단서는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내용을 함께 정한다. 갑에게 면책 사유가 있는지와 병의 손해를 둘러싼 청구 관계는 관련 행위와 주체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험을 피한 사람이 있다고 피해자에게는 어떤 청구도 남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확인 자료는 현장 영상, 당사자와 목격자의 당시 설명, 공간 배치와 파손 사진, 수리 자료다. 영상과 진술은 위험의 발생과 대응 순서를, 배치와 사진은 피할 수 있었던 경로와 손상 경위를, 수리 자료는 실제 손해를 확인한다. 사고 직후부터 시간순으로 자료를 맞추면 위험 회피와 별개의 행동이 섞였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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