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대신해 계약할 권한을 받았더라도 누구를 위해 행동하는지 밝히지 않았다면 계약 효과가 누구에게 생기는지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114조 제1항은 대리인이 권한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생기도록 한다. 권한이 있다는 사실과 거래 상대방에게 대리 행위임을 표시했다는 사실은 별개의 확인이다.
민법 제115조는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았다면 그 의사표시를 대리인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본다. 가상의 개인 간 거래에서 친구를 위해 중고 책상을 사 줄 권한을 받은 사람이,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설명 없이 자기 거래처럼 계약했다고 하자. 내부적으로 친구에게 권한을 받았다는 자료만 제시하고 상대방도 당연히 친구와 계약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당시 어떤 당사자 표시와 설명으로 거래했는지를 보아야 한다.
같은 조 단서는 상대방이 대리인으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제114조 제1항을 준용하도록 한다. 계약서에 대리라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자기 계약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계약 전후 대화와 주문 내용, 본인에 관한 설명과 상대방 회신은 거래 상대방이 어떤 관계를 인식했는지 확인하게 한다. 다만 배송 주소나 송금한 사람의 이름 한 가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인식까지 자동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계약을 준비할 때에는 본인, 대리인과 상대방을 나누어 표시하고 대리할 행위와 권한 범위를 맞춘다. 위임 자료는 내부 권한을, 계약 원문과 설명 자료는 상대방에게 어떤 거래로 표시됐는지를 보여 준다. 대리라는 표시를 했다고 존재하지 않는 권한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권한 확인도 생략하지 않는다. 이 글은 특별한 상행위 규칙 등이 적용되지 않는 민법상 일반 대리의 효과를 설명한다. 대신 계약했다는 사후 설명만으로 결론 내리기보다 받은 권한과 거래 당시의 표시, 상대방의 인식을 함께 대조해야 누구에게 계약 효과가 귀속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