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면서 물건에 질권을 설정한다는 계약서를 썼더라도 그 문서만으로 동산질권이 성립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법 제330조는 질권자에게 목적물을 인도해야 질권 설정의 효력이 생기도록 한다. 담보를 주겠다는 약속과 법이 요구하는 물건의 인도를 구별해야 한다. 여기서는 민법상 일반적인 동산질권을 다룬다.
가상의 사례로 소유한 시계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계약했지만 시계는 여전히 설정자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자. 계약서에 시계의 이름과 담보한다는 표현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인도 요건을 마쳤는지 알 수 없다. 목적물 사진과 식별 자료는 어떤 물건을 대상으로 했는지, 인도와 수령 기록은 실제로 누구에게 물건을 넘겼는지를 보여 준다. 서류에 인도했다고 적는 것과 실제 인도 경과를 확인하는 것은 같은 작업이 아니다.
민법 제332조는 질권자가 설정자로 하여금 질물을 점유하게 할 수 없도록 정한다. 따라서 설정자가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질권자를 대신해 보관하는 것으로 처리하자는 설명도 이 제한과 대조해야 한다. 물건을 계속 쓰고 싶다는 사정만으로 법이 정한 점유 제한을 없앨 수는 없다. 누가 물건을 지배하고 보관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소유권과 보관 명칭만 바꾸어 담보가 완성됐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또 물건을 담보로 제공한 사람과 빚을 부담한 사람이 언제나 같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계약 자료에서 채무자, 담보 제공자와 질권자를 나누고 목적물의 표시 및 인도 관계를 맞춘다. 제330조와 제332조의 요건을 확인한 것만으로 담보할 채권의 내용이나 다른 성립 요건까지 모두 검토됐다고 볼 수도 없다. 반대로 이 설명을 모든 종류의 동산 담보에 그대로 옮겨 서류로 정하는 담보는 전부 무효라고 일반화해서도 안 된다. 일반 동산질권으로 설계했다면 계약 문안과 실제 인도, 설정자의 계속 점유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담보 약정이 있다는 사실과 그 방식의 담보권이 성립했다는 결론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