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한 분쟁을 착오라며 다시 다툴 수 있을까

설명용 가상 사례다. 공사대금 액수를 다투던 갑과 을이 서로 금액을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후 갑은 처음 생각했던 계산이 틀렸다며 합의를 취소하고 다시 원래 금액을 청구하려 한다. 합의 당시 무엇을 다투었고 무엇을 양보했는지에 따라 착오를 주장할 수 있는 범위를 살펴야 한다.

민법 제731조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끝내기로 약정하면 화해의 효력이 생긴다고 정한다. 다툼이 있었는지, 양쪽의 양보가 무엇인지, 그 다툼을 종결하기로 했는지가 내용에 드러나야 한다.

민법 제732조는 화해로 한쪽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하고 상대방이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을 정한다. 합의 전 각자가 주장하던 내용과 합의로 정리한 내용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다. 제733조 본문은 화해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도록 한다. 분쟁을 정리한 뒤 자기 계산이 더 유리했음을 알게 되었다는 말만으로 당연히 원래 주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둔다. 따라서 갑의 착오가 바로 합의로 끝내려던 대금 액수에 관한 것인지, 그 분쟁 밖의 사항에 관한 것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핵심 자료는 최종 합의서와 그 전의 청구서, 견적서, 협의 메시지다. 합의서는 무엇을 끝내고 어떤 권리를 양보했는지를, 이전 자료는 당시의 다툼 범위를 증명한다. 당사자 자격의 착오를 주장한다면 누구의 어떤 자격을 전제로 합의했는지 확인할 자료도 필요하다. 최종 문구 한 줄만 떼어 읽으면 실제 화해 목적을 놓칠 수 있다.

이 글은 소송 밖에서 체결한 민법상 화해계약의 착오 문제를 다룬다. 합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강제집행할 수 있는지나 재판상 화해조서의 효력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갑이 다시 청구하기 전에는 취소 주장에 앞서 분쟁의 대상과 양보 내용을 대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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