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절차를 마쳤는데 고인의 집 열쇠와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면,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방치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을 받지 않는다는 결정과 재산 관리의 공백을 막아야 할 의무는 별개다. 인계받을 사람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열어 두거나 물건을 버리면 보관 중이던 재산이 훼손될 수 있다.
민법 제1044조 제1항은 포기한 사람에게, 그 포기로 상속인이 된 사람이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관리를 계속하도록 한다. 관리의 끝은 포기한 날 자체가 아니라 다음 상속인이 관리할 수 있게 된 때에 연결돼 있다. 은행에 포기 심판문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이 관리 문제가 함께 정리됐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먼저 확인할 것은 누구에게 연락하고 넘길 것인지다. 가족관계와 각자의 포기 여부를 대조해 이번 포기로 상속인이 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다. 친척 중 연락이 잘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열쇠를 주면, 정작 재산을 관리할 상속인에게 인계한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후순위 가족도 포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 그 상황까지 반영해 인계 상대를 다시 살펴야 한다.
넘길 때에는 유품 목록에 물건의 종류와 보관 장소, 집의 파손 상태를 적고 열쇠 등 출입 수단을 누가 언제 받았는지 남긴다. 이 자료는 유산의 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재산을 관리하다 어느 상태로 넘겼으며 상대가 실제로 관리할 수 있었는지 보여 주는 데 쓰인다. 단순히 연락 한 번 했다는 기록과 관리 가능한 상태로 인계했다는 기록은 증명하는 사실이 다르다.
인계 상대가 정해지지 않거나 재산이 훼손될 위험이 있으면 법원의 보존처분도 검토할 수 있다. 제1044조 제2항이 준용하는 제1023조는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보존에 필요한 처분을 명하고 재산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 포기 후 관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적으로 유품을 처분하기보다 현재 보관 상태와 인계 장애를 밝혀 필요한 보호 방법을 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