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소장을 대신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서 다음 변론기일에도 그 가족이 당연히 대신 출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류 전달을 돕는 일과 당사자를 대신해 법정에서 주장하는 소송대리는 권한을 달리 본다. 사적인 위임장 한 장으로 모든 민사재판을 맡길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법률상 재판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이 되도록 정한다. 제88조에는 일정한 단독사건에서 친족 등 법이 정한 관계의 사람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대리할 수 있는 예외가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와 허가받을 수 있는 사건인지, 실제 허가가 났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소액사건에는 다른 특칙이 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제1항은 당사자의 배우자 · 직계혈족 · 형제자매가 법원의 허가 없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소액사건에서 부모나 자녀, 형제자매가 대리하는 경우와 일반 민사사건에서 친족이 허가를 구하는 경우를 같은 절차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친척이 특칙의 열거에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신분관계와 수권관계는 서면으로 증명해야 한다. 다만 당사자가 판사 앞에서 말로 선임하고 법원사무관 등이 조서에 적은 경우 수권관계 증명의 예외가 있다. 가족관계를 보여 주는 서류가 있다고 해서 대신 소송할 권한까지 부여됐다는 뜻은 아니므로, 위임한 범위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일 전에 사건이 소액사건인지, 누가 어떤 자격으로 출석할지와 제출할 권한 자료를 확인한다. 일반 허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이 정한 사건 범위와 친족 등의 요건을 별도로 점검해 신청해야 한다. 서류를 접수해 준 사실, 법원 출입에 동행한 사실, 소송대리 권한이 인정된 사실을 구별해 두면 기일 당일 준비한 주장을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