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고인에게 갚아야 할 돈도 있다. 채권신고기간 중 채권자가 두 채권을 상계해 먼저 정산하겠다고 한다. 이런 통보만으로 청산 순서를 앞당길 수 있을까.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은 신고기간 중 상속채권자의 상계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다.
민법 제1033조는 신고기간이 만료하기 전 상속채권의 변제를 거절할 권리를 정한다. 위 주석은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에도 거절권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채권자를 확인하고 공평하게 변제하도록 마련된 단계이므로, 채권자가 돈을 달라고 청구하는 때와 상속인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때를 구별해야 한다.
같은 해설은 고인에게 반대채무가 있는 상속채권자나 수유자가 자신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상속인이 변제를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받을 돈과 갚을 돈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제한을 건너뛰지 못한다는 견해다.
반대 방향의 상계는 따로 설명한다. 한정승인자가 변제거절권을 포기하고, 고인이 채권자에게 가지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본다. 누가 자기 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하는지가 중요하다. 다만 지급을 거절하지 않고 특정인부터 정산하는 판단에는 민법 제1038조의 부당변제 손해배상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설명을 확립된 판례라고 전달해서는 안 된다. 해당 절의 각주는 주석 제4판이 상계할 수 있는 반대채무를 부담하는 채권자는 한정승인 때문에 상계권을 잃지 않는다고 보았다고 소개한다. 직접 판결의 판시가 아닌 문헌상 입장과 반대 견해의 구별을 남겨 두어야 한다.
신고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상계를 주장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느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적었는지 확인하자. 고인과 양쪽 당사자의 채권 자료, 상계 통보, 공고 및 청산 내역을 함께 맞춰야 한다. 청산을 마친 뒤 남은 재산에서 뒤늦은 채권자를 정산하는 문제까지 이 기간 중 제한과 같다고 보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