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후 채권신고기간 중에는 변제를 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자나 지체책임도 생기지 않는다고 채권자에게 답해도 될까. 지급을 미룰 권리와 그동안 붙는 책임은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33조가 변제거절권을 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자까지 면제된다고 단정하지 말자.
제1033조는 제1032조 제1항의 기간이 만료하기 전에 상속채권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은 변제기가 왔더라도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채권자와 채무 총액을 파악해 공평하게 청산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조문 자체에 거절 기간의 이자 면제 문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주석은 이자와 지체책임에 관해 확립된 견해는 없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피상속인의 사망과 한정승인이라는 채무자 측 사정으로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변제를 거절하는 동안에도 이자 및 지체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법원의 확정된 판시를 옮긴 설명이 아니다.
반대 견해도 있다. 해당 각주는 주석 제4판이 채권신고기간 만료 전 변제를 연기하는 동안에는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았다고 소개한다. 따라서 출처와 견해 차이를 생략하고, 거절하면 언제나 면제된다거나 판례상 반드시 부담한다고 전달하면 근거의 범위를 넘는다.
그렇다고 독촉받는 채권자부터 급히 갚으라는 뜻도 아니다.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지급하여 다른 채권자가 받지 못하게 되면 민법 제1038조의 손해배상 문제가 별도로 생길 수 있다. 이자 부담을 피하려는 판단과 공평한 청산을 위한 지급 순서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계약서의 이자 약정, 청구서에서 원금과 부가 금액을 나눈 내역, 변제기와 신고기간을 정리하자. 위 해설은 약정이자 · 지연손해금 · 상속인 고유의 손해배상채무를 각각 나누거나 이율과 계산식을 제시하지 않는다. 한정승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액을 모두 지우거나 모두 인정하지 말고, 각 금액의 근거와 책임 범위를 따로 검토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