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했는데 유품 훼손 손해도 배상할까

상속포기를 마친 뒤에도 다음 상속인에게 넘기기 전까지 고인의 집과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 그 사이 부주의한 관리로 재산이 훼손됐다면, 고인의 빚을 상속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상 요구도 거절할 수 있을까. 상속채무와 포기자 자신의 관리로 생긴 책임은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44조 제1항은 포기로 새로 상속인이 된 사람이 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자가 관리를 계속하도록 한다. 제2항은 제1022조를 준용한다. 그 조문은 자기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도록 정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44조 해설은 이 기준을 어긴 관리 때문에 재산 가치가 줄어 다른 이해관계인이 손해를 입으면 포기자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고인에게 원래 있던 빚을 다시 승계한다는 설명이 아니다. 포기 뒤 남아 있던 관리의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가 문제다.

주의의 정도도 막연히 정하지 않는다. 같은 책의 제1022조 해설은 일반 거래의 고도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구별하고, 자신의 주의능력에 상응한 통상의 주의를 결여한 구체적 경과실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관리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을 확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무엇이 줄었고 누구에게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도 확인한다. 위 해설은 재산 가치 감소 등으로 이해관계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고인의 미지급 채무 총액을 곧바로 포기자의 관리 손해액으로 적는 설명은 아니다. 훼손 전 상태와 이후 경과, 관리 당시 할 수 있었던 조치를 나누어 살펴야 한다.

보관을 시작할 때의 사진과 물품 목록, 문제를 발견한 때의 연락, 취한 조치와 인계 기록을 모으자. 관리가 계속 필요한 기간에 생긴 손해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위 설명은 문헌의 해석이며, 특정 사고의 과실과 배상액이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니다. 포기 심판문만 보여 주거나 고인의 빚 전부를 갚겠다고 답하기보다 배상 요구의 원인부터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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