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상속인은 아니지만 유언으로 재산의 일정 비율을 받게 됐다. 고인의 빚과 자신의 빚이 섞일까 걱정돼, 받은 재산과 개인 재산을 나누라는 재산분리명령을 직접 청구하려 한다. 포괄수증자라는 지위만으로 이 절차를 이용할 수 있을까.
민법 제1078조는 포괄적 유증을 받은 사람에게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고 정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78조 해설은 포괄수증자가 받은 비율에 따라 적극재산뿐 아니라 상속채무도 함께 승계한다고 설명한다. 재산만 받는다는 전제로 보호수단을 고르면 출발점부터 달라질 수 있다.
재산분리 청구권자는 법문과 지위를 함께 읽는다. 민법 제1045조 제1항은 상속채권자, 유증받은 사람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가 법원에 재산분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의 유증받은 사람이라는 표현만 보고, 특정수증자와 포괄수증자를 언제나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위 주석은 특정수증자에게는 재산분리 청구를 인정하면서도, 포괄수증자는 상속인과 같은 지위에 있으므로 분리를 청구할 수 없고 필요한 경우 한정승인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문헌의 해석이다. 포괄수증자가 자기 지위에서 분리명령을 청구하는 문제를, 채권자를 위한 재산분리와 구별한 것이다.
반대로 포괄유증이 있으면 누구도 분리를 청구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해설은 상속채권자나 수증자의 채권자는 일정 기간 안에 유증재산과 수증자의 고유재산을 분리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이 수증자인지, 그 사람에게 받을 채권이 있는지에 따라 청구 지위를 나누어야 한다.
유언서의 비율과 재산 표시, 고인과 본인의 채무 자료를 구별해 준비하자. 분리청구와 한정승인을 같은 신청으로 생각하거나, 분리신청을 준비하는 동안 승인 · 포기기간도 멈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유언의 해석과 한정승인 신고 방법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