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목록에 배우자나 자녀 명의의 아파트를 쓰지 않았는데, 채권자가 고인이 숨겨 둔 집이라고 주장한다. 가족 이름으로 등기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외할 수도 없지만, 가족 사이에 돈이 오갔다는 사정만으로 고인의 재산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구고등법원 2015나1735 판결에서 채권자는 고인이 허위 근저당권자를 내세워 경매 배당금을 받은 뒤 배우자 명의로 다른 아파트를 샀다고 주장했다. 그 집을 목록에서 고의로 뺐으므로 한정승인이 아닌 단순승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고의 누락이 상속재산을 숨겨 채권자를 해하려는 의사로 목록에 쓰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 고의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아파트가 상속재산인지부터 다투는 사건이므로, 누락 의사만 살펴서는 판단을 마칠 수 없었다.
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절차와 원인이 정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다투는 당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저당권자의 배당금 수령, 아들이 여러 사람에게 돈을 받은 사실, 아들이 배우자에게 송금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 자료만으로 고인이 자기 돈으로 집을 사면서 배우자 명의로 등기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들 명의의 다른 아파트도 따로 검토했다. 아들에게 교수로서의 수입과 본인 부동산을 매도한 이력이 있었고, 고인의 명의신탁을 인정할 증거는 없었다. 가족 사이의 송금이나 고인의 재산에서 시작된 거래가 있다는 주장과, 문제 된 집의 실제 취득자금이 고인에게서 나왔다는 증명은 구별된 것이다.
이 판결은 가족 명의로 두면 목록에 쓰지 않아도 된다는 허가가 아니다. 고인의 재산임과 고의 누락이 입증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등기사항증명서, 매매대금 지급 내역, 배당금 수령자와 이후 송금, 명의자의 소득 · 기존 재산 처분자료를 연결해 보자. 한정승인 효력을 다툰 이 항소심의 증거 판단을 모든 명의신탁에 적용하는 확정 기준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