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이 아직 성립하지 않은 상속채권도 파산에서 신고할까

고인이 체결한 약정에 조건이 붙어 있고, 그 조건이 아직 성립하지 않았다. 상속재산파산이 시작됐으니 조건이 확정될 때까지 채권신고에서 빼 두면 될까. 조건부 권리의 채권액과 실제 배당금을 지급하는 문제는 나누어 봐야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7조 제1항은 조건부채권의 전액을 파산채권액으로 하도록 정한다. 제2항은 채무자에 대한 장래의 청구권에도 이를 준용한다. 아직 조건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금액을 무조건 영으로 적으라는 규정은 아니다.

다만 이 규정이 조건이나 계약의 존재를 대신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 생겨야 지급 의무가 생기는지, 이미 생긴 의무가 특정 사건으로 없어지는지, 단지 지급 날짜만 남은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채권자가 바라는 장래의 이익을 모두 법률상 청구권으로 신고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계약의 조건 문구와 청구권 발생 근거, 약정 금액 및 조건의 진행 상황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조건부채권액을 전액으로 삼는다는 것과 채무자가 해당 채권의 존재나 금액을 인정했다는 것도 별개다. 다툼이 있다면 그 내용까지 숨기지 않고 정리해야 한다.

실제 지급 단계에는 별도의 보호 규정이 있다. 제519조 제4호는 정지조건부채권과 장래의 청구권에 대한 배당액을 관재인이 임치하도록 한다. 따라서 전액을 파산채권액으로 정했다고 곧바로 그 금액 전부를 현금으로 받아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건부채권 전부가 같은 지급 방식이라는 뜻으로 넓혀서도 안 된다.

계약서, 조건 성립 여부를 보여 주는 자료, 채권신고와 관재인 안내를 연결해 두자. 제427조의 채권액 산정과 제519조의 배당액 보관을 각각 확인하면, 신고를 미루거나 즉시 지급을 요구하는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이 글은 기한부 대출의 만기 문제나 조건부채권을 이용한 상계의 허용 범위까지 한꺼번에 정하는 안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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