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넘겨받을 때 전 세입자가 달아 둔 유리문과 창틀도 함께 인수했다. 임대차기간이 끝나면 내가 직접 달지 않은 시설도 건물주에게 사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임차인 지위와 시설을 함께 넘겨받았고 설치 동의 등 매수청구 요건이 갖춰졌다면 가능하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2927 판결에서는 여러 차례 가게가 넘어갔지만, 출입문과 창틀의 시설값을 임대인 측이 지급할지를 두고 따로 논의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리 출입문과 창틀이 점포 사용에 도움이 되는 별도 시설이고, 임대인 측이 처음부터 해당 영업을 허용한 점 등을 볼 때 설치에도 묵시적으로 동의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부속물에 관한 권리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그 주장을 더 심리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청구에서 임차인이 패소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민법 제646조 제1항은 임대인 동의를 받아 건물 사용에 객관적인 편익을 주는 부속물을 달았을 때, 계약 종료 시 그 물건을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한다. 건물 사용에 객관적인 편익을 주는 별도 부속물이 임대인 동의를 받아 설치됐고 임차인 지위와 함께 넘어왔다면, 계약기간이 끝날 때 임대인에게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 측이 이미 임차인 측에 시설값을 지급했거나, 지위를 넘길 때 그 시설을 양도 대상에서 빼기로 약정한 사정 등이 있다면 판단이 달라진다.
새 임차인이 전 임차인에게 낸 시설 인수대금은 임대인 측이 임차인 측에 지급한 시설값과 구별한다. 이 사건의 원상복구 약정은 유익비를 돌려받을 권리의 포기로 해석됐다. 시설 자체를 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했다. 매수청구가 인정되면 대금은 청구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점포를 인수할 때는 임대차 승계 자료와 시설 목록, 설치 동의 및 대금 지급 내역을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