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를 한 사람이 나중에 상속재산을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면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단순승인 문제가 생긴다. 다만 그 포기로 상속인이 된 다음 순위 사람이 이미 상속을 승인한 경우에는 제1027조의 예외를 함께 살펴야 한다. 예외가 있다는 말만으로 포기 전후의 모든 처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제1027조는 상속인이 포기함으로써 차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승인한 때에는 제1026조 제3호의 사유를 상속의 승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정한다. 따라서 누구의 포기로 누구에게 상속이 이어졌는지, 그 차순위 상속인이 실제 승인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 중 누군가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전제가 모두 충족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적용 대상도 좁혀 읽어야 한다. 제1026조 제3호는 한정승인이나 포기 후의 은닉 · 부정소비와 고의 재산목록 누락을 규정한다. 제1027조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 제3호다. 상속재산 처분을 정한 제1호나 숙려기간 내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정한 제2호까지 같은 예외로 덮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문제 된 인출이 언제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다음 상속인이 승인했으니 괜찮다고 말하면 검토할 조항부터 틀어질 수 있다. 포기 관련 기록, 인출 · 처분 내역과 당시 자료, 차순위 상속인의 승인에 관한 자료를 시간순으로 맞추자. 어떤 행위가 어느 호의 사유로 주장되는지를 구별한 뒤에야 예외를 따질 수 있다.
이 규정은 재산을 숨겨도 된다는 허가가 아니다. 제1027조에서 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효과와, 남아 있는 재산을 누구에게 넘기고 어떻게 관리할지는 나누어 살펴야 한다. 민법 제1044조는 포기자에게 다음 상속인이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관리를 계속할 의무도 정한다. 실제 행위와 적용 조항, 다음 상속인의 상태를 구분해 확인해야 한 문장의 예외를 지나치게 넓히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