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기로 했는데 현금 대신 증권을 받았다면 차용증이나 증권에 적힌 숫자가 언제나 빌린 원금이 될까. 민법 제606조는 금전대차에서 차주가 돈 대신 유가증권이나 그 밖의 물건을 인도받으면 그 인도 당시의 가액을 차용액으로 하도록 한다. 돈을 빌리는 관계에서 실제로 무엇을 얼마의 값으로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가상의 사례로 현금을 빌리기로 한 사람이 그 대신 액면 100만 원인 증권을 받았는데 인도 당시 가액은 그보다 낮았다고 하자. 액면에 100만 원이 적혔다는 이유만으로 그 숫자를 곧 차용액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금전대차에서 현금 대신 받은 것인지, 실제 인도일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그때의 가액을 대조해야 한다. 나중에 값이 올랐거나 내려갔다는 사실과 인도 당시의 가액은 구별한다.
물건을 빌려 쓰고 그대로 돌려주는 거래나, 처음부터 같은 종류의 물건을 갚기로 한 거래를 모두 이 규정에 넣어서는 안 된다. 제606조의 전제는 금전대차에서 금전에 갈음해 증권이나 물건을 받았다는 관계다. 이미 있던 채무를 갚으면서 다른 물건으로 대신 변제하는 문제와도 방향이 다르다. 계약서의 제목만 보기보다 무엇을 빌려주기로 했고 실제 무엇을 받았는지 읽어야 한다. 명목상 금액과 실제 지급 내용을 확인하는 출발점이 된다.
대여 약정과 교환한 연락은 금전을 빌리되 다른 급부를 받기로 했는지를, 증권의 표시와 인도 확인은 어떤 것을 언제 받았는지를 보여 준다. 당시 거래 자료와 가액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차용액의 기준이 될 값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증권에 표시된 금액, 받았을 때의 값, 이후 처분해 받은 돈은 각각 다른 숫자일 수 있다. 보편적인 할인율을 임의로 정해 계산하지 말고 해당 증권이나 물건의 실제 가액 자료를 갖춰야 한다. 우선 거래의 성격과 인도 시점을 정리하고 그때의 값을 기준으로 차용액을 확인한 뒤, 이미 변제한 금액 및 적법한 이자 등 다른 계산 항목을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