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약환급금을 내 생활통장에 받으면 부정소비일까

한정승인 뒤 고인의 보험 해약환급금을 평소 쓰던 자기 통장에 받았다면 곧바로 부정소비가 될까. 돈을 받은 사실과 정당한 사유 없이 써 없앤 사실은 나눠 살펴야 한다. 이를 보여 주는 하급심 판결이 있다.

상속인 한 명은 한정승인을, 다른 한 명은 상속포기를 했다. 이후 한정승인자는 고인의 보험 해약환급금을 자신의 예금계좌로 받았다. 채권자는 그 돈을 개인 용도로 소비했고 포기자도 해지에 동의했다며, 두 사람 모두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아 빚을 제한 없이 갚으라고 청구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020년 1월 17일 선고한 2018가단261833 판결에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금 후 평소처럼 입출금이 이어졌고 잔액이 증감했다는 사실만으로 환급금을 부정소비했다고 보기는 부족했다. 금액 상당의 현금 등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과 장례비 지출도 함께 살폈다.

법원은 당시 사정에서 별도 계좌에 넣어 관리해야 할 주의의무까지 부과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어떤 돈이든 생활비와 섞어 써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다. 고유재산과 같은 주의로 관리해야 한다는 민법 제1022조의 의무를 전제로 한 증거 판단이다. 분리해서 기록하면 자금의 보관과 사용을 설명하기가 수월하다.

포기자가 보험회사에 확인해 준 행위만으로 부정소비에 동의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포기자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고, 한정승인자에게는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대여금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채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 판결을 사망보험금의 고유재산 여부에 관한 사례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쟁점은 상속재산인 해약환급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였다. 보험계약과 환급금 지급내역, 입금 전후 통장 내역, 현금 보유 및 장례비 증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판결 이후의 심급 결과는 여기서 확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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