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할 때 건강 상태나 병력을 묻는 질문지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절차가 바로 보험 고지의무의 핵심입니다. 보험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에 “중요한 사항”을 알릴 의무를 말합니다(상법 제651조).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수년간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더라도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핵심
질문표는 고지의무의 출발점입니다.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므로(상법 제651조의2), 질문표에 없던 사항을 뒤늦게 문제 삼으려면 보험사가 그 중요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위반이 인정되어도 해지권은 안 날부터 1개월 · 계약일부터 3년의 기간 제한을 받고(상법 제651조), 인과관계가 없으면 해지와 별개로 그 사고의 보험금은 지급해야 합니다(상법 제655조 단서).
그런데 실무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은, “도대체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입니다. 감기에 걸린 것도 말해야 하는지, 10년 전 완치된 질병도 고지 대상인지,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말했으면 충분한 것인지 — 이 글에서 그 법적 기준을 하나씩 정리하겠습니다.
보험 고지의무는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 법적 근거와 범위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한 경우,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중요한 사항”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사항”으로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보험회사의 인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면 모두 고지 대상입니다.
• 현재 치료 중인 질병이나 증상
• 질문표 기재 기간 내의 과거 병력
• 정기적으로 복용 중인 약물
• 최근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받은 사실
• 입원이나 수술 이력
반면 질문표에 없던 사항은 중요성이 추정되지 않습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상법 제651조의2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추정한다”는 말은 증명의 부담을 옮긴다는 뜻입니다. 질문표에 적힌 사항은 보험사가 중요성을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질문표에 없던 과거 병력을 나중에 문제 삼으려면 보험사가 그것이 인수 여부나 조건을 좌우할 만한 사항이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질문표 밖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지의무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투는 소비자 쪽이 훨씬 유리한 자리에 서게 됩니다.
보험 고지의무 위반 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 의무를 위반하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해지되면 그 이후에 생기는 보험사고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뒤에 해지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상법 제655조 본문),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그 사고의 보험금은 지급해야 합니다(같은 조 단서).
상법 제655조 단서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 또는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되거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고혈압 병력을 알리지 않은 A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고혈압과 교통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 증명되는 한 그 사고의 보험금은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은 보험금 지급책임에 관한 규정이지 해지를 막는 규정이 아닙니다 — 계약 해지 자체는 별도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다272941 판결은 이 법리를 확인하면서,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인정할 여지가 있으면 상법 제655조 단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소비자가 이겼던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며, 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습니다. 즉, 보험금을 받으려면 “내가 숨긴 사실과 이번 사고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보험계약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법무사로서 보험 고지의무 분쟁을 다루다 보면, 보험설계사가 “이 정도는 안 써도 된다”고 말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구두 안내가 그 자체로 고지의무를 면제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험사 측의 설명의무 위반이나 고지 방해를 주장할 근거가 되므로, 통화 녹음 · 문자 · 상담 메모 같은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무에서 이 인과관계 판단이 분쟁의 핵심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보험 분쟁의 상당 부분이 의무 위반과 보험금 면책을 둘러싼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해당 위반이라는 형식적 사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 하고, 보험계약자는 인과관계 부존재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요구합니다.

이 글의 핵심
질문표가 묻는 질병 · 직업 · 위험 사항은 사실대로 적으십시오. 고지의무 위반은 계약 해지와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 청구 사유가 됩니다(상법 제651조 · 제655조 본문). 실제 다툼은 「어디까지가 중요한 사항인가」와 「그 사실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가」에서 갈립니다.
보험설계사에게 말했는데도 고지한 것이 아닌가
보험 분쟁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병력을 말했으니까, 알릴 의무를 이행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사람으로 고지를 수령할 권한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설계사에게 말한 사실만으로 보험회사에 적법하게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보험회사가 정한 청약서와 정식 접수 경로로 사실을 알리고 기록을 남기십시오. 구두 고지는 언제나 무효라는 뜻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권한 아래 고지했는지가 핵심입니다.
현행 설명의무의 근거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입니다(종전 보험업법 제95조의2 제1항은 2020. 3. 24. 삭제). 대법원도 보험자가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명시 · 설명의무를 위반하면 그 약관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4893 판결). 설계사가 “적을 필요 없다”고 적극적으로 안내한 사정은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나 고지 방해를 주장할 근거가 됩니다. 다만 그런 안내가 있었다는 점은 계약자 쪽에서 증명해야 하고, 증명된다고 해서 곧바로 보험금 지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 해지권 행사가 제한되는지를 사안별로 따지게 됩니다.
언제까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나 — 고지의무 위반에도 기한이 있다
보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상법 제651조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해당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그리고 계약 체결일부터 3년 이내에 해지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보험회사는 더 이상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보험약관이 상법보다 짧은 기간을 정해 두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계약자에게 유리한 약관이면 약관의 기간이 적용됩니다. 기간은 상품과 시기에 따라 다르므로 가입한 계약의 약관에서 해지 제한기간을 직접 확인하십시오.
| 구분 | 기간 | 기산점 |
|---|---|---|
| 단기 제척기간 | 1개월 | 보험회사가 위반 사실을 안 날 |
| 장기 제척기간 (상법) | 3년 | 계약 체결일 |
| 약관상 제한기간 | 약관에서 확인 | 계약 체결일 (상법보다 짧으면 약관 우선) |
고지의무 위반을 어떻게 다툴 수 있나 — 현실적 방법
보험금 청구가 이 의무 위반으로 거절되었을 때, 보험계약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인과관계 부존재를 주장합니다. 앞서 설명한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른 항변입니다. 고지하지 않은 질병이나 병력과 실제 보험사고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둘째, 보험회사 측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합니다. 보험설계사가 질문표 작성 과정에서 알릴 의무의 중요성이나 위반 시 불이익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셋째, 해지 기간 도과를 확인합니다. 보험회사가 해당 위반 사실을 알고도 1개월 이상 해지하지 않았거나, 계약 체결 후 3년(약관이 더 짧은 기간을 정했다면 그 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그 사유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패턴인데,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 통보를 하면서 정작 인과관계 요건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지하지 않은 사항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그 사고의 보험금은 지급해야 하는데(상법 제655조 단서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25353 판결), 이 점을 모르고 그냥 수용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인과관계가 없으니 해지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와의 직접 교섭이 어려운 경우,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정안을 양 당사자가 모두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9조).
실무 체크리스트 — 보험 가입 시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① 청약서 질문표를 직접, 정확하게 작성하세요. 설계사가 대신 작성하더라도 반드시 내용을 확인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② “말했으니까 괜찮다”는 착각을 버리세요. 보험설계사는 계약을 모집하는 사람이지 고지를 수령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설계사에게 구두로 말한 것만으로는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청약서 질문표에 직접 적으십시오. 설계사가 기재를 만류한 사정은 나중에 따로 다투는 문제이지, 기재를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③ 질문표의 범위를 확인하세요. 질문표에 적힌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지만(상법 제651조의2), 질문표에 없던 사항은 그 추정이 미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가 나중에 질문표에 없던 사항을 문제 삼으면 그 사항이 인수 여부나 조건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다는 점을 보험회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질문하지 않았으니 알릴 의무가 아예 없다」고 단정하지는 마십시오.
④ 보험금 청구가 거절되면 인과관계부터 따지세요. 고지하지 않은 사항과 보험사고 사이에 관련이 없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⑤ 해지 기간(1개월 / 3년)을 확인하세요. 보험회사의 해지권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이를 이유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Q. 10년 전 완치된 질병도 고지해야 하나요?
먼저 청약서 질문표의 문구와 기간을 보십시오. 질문표가 “최근 5년 이내”를 묻는다면 10년 전에 완치된 질병은 기재 대상이 아니고, 그 사항에는 중요성의 추정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표 밖이라고 해서 고지의무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보험회사가 그 사항의 중요성을 증명하면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도 치료 중이거나 재발·후유증 가능성이 있는 질병이라면 기간과 무관하게 알리고 기록을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보험설계사가 “안 써도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면?
보험설계사의 구두 안내에 의존해 질문표를 부실하게 작성한 경우, 해당 의무 위반의 1차적 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습니다. 다만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고지를 만류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여 해지를 다툴 수 있습니다.
Q. 이 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납입한 보험료는 돌려받을 수 있나요?
해지되면 그 이후의 보장은 사라지고,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습니다(상법 제655조 본문). 다만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그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면 그 사고의 보험금은 지급해야 합니다(같은 조 단서).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반환 여부는 약관에 따르며, 통상 해약환급금이 발생하는 범위에서 일부를 돌려받고 납입 보험료 전액을 반환받기는 어렵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법무사의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고찰은 말하지 않은 병력, 돌아오지 않은 보험금 — 고지의무라는 이름의 줄다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보험 계약뿐 아니라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도 핵심 사항을 빠짐없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월세 계약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면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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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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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법령 · 설명 재검토일 · 2026년 9월 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