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빌린 물건을 다른 친구가 며칠 쓰게 해 달라고 할 때, 자신이 빌려 쓰고 있으니 다시 빌려줘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609조의 사용대차는 상대방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수익한 뒤 그 물건을 반환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물건을 소유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용 관계를 맺은 것이므로 제삼자에게 사용하게 할 권한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610조 제2항은 빌린 사람이 빌려준 사람의 승낙 없이 제삼자에게 그 물건을 사용하거나 수익하게 하지 못하도록 한다. 가상의 사례로 촬영 장비를 무료로 빌린 뒤 다른 사람의 촬영에 넘겨주려 한다고 하자. 처음 장비를 빌려줬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아닌 제삼자의 사용까지 승낙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물건이 망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만으로 승낙 요건을 대신할 수 없다.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사용 방법도 계약이나 물건의 성질로 정해진 용법에 맞아야 한다. 처음 약정한 사용 목적과 실제 사용 방식이 무엇인지, 제삼자의 사용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했는지 대조한다. 대여 당시 대화와 계약 자료는 사용 목적을, 승낙에 관한 회신은 누구의 어떤 사용을 허용했는지를 보여 준다. 단순한 보관 도움인지 실제로 다른 사람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인지도 사실관계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제610조 제3항은 앞의 용법이나 제삼자 사용 제한을 위반하면 빌려준 사람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 빌린 사람이 원래 반환기일까지 쓰기로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 위반에 따른 해지 가능성을 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제삼자가 잠시 물건을 만졌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언제나 같은 위반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사용 관계와 승낙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에 처음 빌린 목적과 대주의 승낙 범위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다면 누구에게 언제 어떤 용도로 사용하게 했는지 기록을 맞추어 해지와 반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