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못 받아 비워 둔 점포, 월세 두 배 배상 특약은 적용될까

임대차가 끝난 뒤 임차인은 집기를 빼내고 점포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보증금을 받지 못해 인도는 하지 않았다. 계약서에는 제때 넘겨주지 않으면 임료의 두 배를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어, 임대인은 이를 근거로 보증금에서 돈을 공제하려 했다.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95다14671 판결은 이 사건 배상예정 조항의 적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조항이 임차인의 불법점유를 전제로 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이행했거나 현실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 · 증명하지 못한 이상, 임차인에게는 인도를 거절할 동시이행항변권이 남아 있었다.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과 그 뒤의 점유가 위법하다는 판단은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보증금 반환과 맞물린 인도 거절이었고, 집기도 이미 반출해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계약서의 두 배라는 배상액만 떼어 계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보증금을 받기 전의 모든 점유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영업을 계속했는지, 임대인이 보증금을 적법하게 제공했는지, 미지급 차임 등으로 반환할 보증금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비사용 점유까지 별도로 정한 특약이라면 이 사건 조항과 문언부터 다르므로 같은 결론을 바로 붙이기 어렵다.

공제를 주장하는 쪽의 증명 문제도 있다. 판결은 보증금으로 담보되는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채권의 발생은 임대인이, 생긴 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했다는 사정은 임차인이 주장 ·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계약서에 금액을 적어 두었다고 채권 발생의 전제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점포를 비웠다면 집기 반출과 영업 중단 자료, 보증금 반환 제안의 내용, 배상 특약 원문을 함께 확인한다. 두 배 약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그 약정이 어떤 점유를 대상으로 삼았는지부터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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